거리의 이름들

 

 

지역에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드는 거리의 이름들

창신동에 위치한 소규모 봉제공장의 대부분은 간판이 없다. 흔히 간판도 없이 어떻게 공장 운영이 가능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봉제공장들에게는 이미 수년간 관계를 유지해 온 거래처가 있고, 그 거래처로부터 일방적으로 수주를 받기 때문에 간판 없이도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 구조는 외부 거래처의 창신동 진입을 막아, 구조 내 하청 일감이 적어지는 비수기에는 공장 운영을 어렵게 한다. 000간은 간판을 만들어 창신동 소규모 봉제공장들의 정보를 제공한다면,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한 가능성이 되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거리의 이름들 프로젝트는 2014년 6월 첫 프로토타입(prototype) 제작을 시작으로 하여 2015년 5월까지 12개월간 진행되었다. 그 결과 창신동의 메인 거리인 창신 길과 647번지 일대를 중심으로 총 간판 54개의 간판이 설치되었다. 거리의 이름들 프로젝트가 외부와의 연결고리가 부족한 창신동 봉제마을의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는 단초가 되었으면 좋겠고, 이후 확장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변화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유, 공감, 공생을 위한 프로젝트

거리의 이름들 프로젝트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간판 정비 사업과 다르다.
첫 번째 특징은 사업을 맡은 단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주체들이 제작에 참여하도록 하였다는 점이다. 여타 간판 정비 사업은 대게 기관 또는 기업의 무조건적인 지원을 받아 업체 독자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거리의 이름들은 지역의 봉제업 종사자, 지역 청소년, 지역 내부인과 예술가, 그리고 디자이너와의 긴밀한 교류를 통해 제작되었다. 수차례의 기획 회의를 거쳐 지역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디자인을 개발하였고, 지역의 청소년들과의 함께 제작하였다.
두 번째 특징은 윈도 전시와 의류봉제 협동조합의 협력을 통해 봉제공장 사장님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기획 회의를 통해 나온 간판 디자인의 제작 방식을 매뉴얼화하였고, 이를 000간 사무소 1층 윈도를 활용하여 전시하여 자유롭게 제작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다수의 봉제공장 사장님들이 관심을 보이시고 신청해주셨고, 의류봉제 협동조합에서도 전시를 보고 참여자 모집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하셨다. 의류봉제협동조합에서 도움을 주신 덕분에 보다 체계적으로 봉제공장 사장님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거리의 이름들은 아직 현재 진행형
위에서 언급했듯이 거리의 이름들 프로젝트의 목표는 봉제공장에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연결고리는 창신동 소규모 봉제공장과 000간과의 관계도 포함한다. 000간은 간판 제작 요구가 들어오면 우선적으로 그 공장을 방문하는데, 이때 공장 사장님과 ‘공장의 간판을 디자인하고 설치해주는 일’과 ‘봉제 공장 사장님들의 재능’을 교환하기로 약속받는다. 사장님으로부터 교환 받은 재능은 주로 000간의 새로운 제품 샘플을 만들거나 창신동을 견학 온 아이들에게 봉제 공정을 설명하는 일이다.
또한 계속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간판의 디자인을 수정하고 있으며, 기존의 간판 유지 보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진행과정 중 처음의 간판 디자인은 한번 수정되었다. 처음의 간판은 화분과 깃발이 결합된 형태였다. 이는 봉제 공장 사장님들의 대다수가 세입자라는 점을 고려하여 이동이 가능한 디자인이다. 간판의 아랫부분을 화분으로 제작한 것은 간판이 공공미술작품으로 기능하여 거리에 활력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꽃을 가꾸면서 자연스레 간판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게 하려는 의도에서였다.
이를 고려해 디자인 한 ‘가드닝 간판’은 처음에는 반응이 좋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보다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발견되었다. 또한 간판 설치 지역을 647번지 일대로 확장하면서 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첫째는 647번지의 길들은 폭이 매우 좁아 간판을 설치했을 때 통행이 불편하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2층, 3층에 위치한 공장이 많아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부착하는 형태의 새로운 간판을 디자인하였다. 공장의 기능을 아이콘으로 표기하는 점은 동일한데, 각 공장의 기능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간판의 아웃라인에 차별을 두었다(봉제전문: 재봉틀, 마무리 전문: 다리미). 000간은 지금도 간판이 설치된 공장들을 방문하여 들은 피드백을 토대로 불편사항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버전의 간판을 구상 중에 있다. 이는 주문받은 간판을 설치하면 끝이 나는 일방적이고 일회적인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의 일부로 봉제공장과 000간이 창신동에 함께 하는 이웃으로써 각자의 재능을 교환하며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기를 바란다.

 

현대자동차그룹 H빌리지 지역재성 프로젝트 전시 ‘창신 길’

2015.4.30-5.11, DDP(Dongdaemun Design Plaza)

 

Date: 2018년 4월 17일

Category: Social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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